멀티버스를 소재로 SF와 액션, 코미디가 뒤섞인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10월 한국에서 개봉되었습니다. 미국 영화이지만, 홍콩 배우 양자경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홍콩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한 여성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복잡한 영화 제목은 영화 속 세 개의 파트 이름을 합친 것으로 수많은 멀티버스 속에 존재하는 자신의 힘을 빌어 악당을 물리친다는 단순한 내용의 줄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줄거리 및 결말
홍콩에서 외동딸로 태어난 주인공 이블린 왕은 아버지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인이었던 웨이먼드 왕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게 됩니다. 이후 코인 세탁소를 인수해 남편, 딸과 함께 열심히 살아가 보려고 하지만 타지에서의 이민 생활이 녹록지는 않습니다. 천진난만한 남편은 플라스틱 눈동자를 집안 여기저기에 붙여놓고, 하나뿐인 딸은 레즈비언이 되어 여자 애인을 집으로 데려오는 등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세탁소를 압류당할 처지에 놓인 이블린은 집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순간적으로 남편의 정신이상 증세를 목격하게 됩니다. 남편은 그녀의 귀에 다짜고짜 블루투스 이어셋을 꽂아주며 자신은 알파 우주에서 온 웨이먼드라고 소개합니다. 그는 이블린의 현실이 어렵고 불행한 이유는 수많은 멀티 유니버스에 사는 다른 이블린들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설명합니다. 이때 수많은 국세청 직원들과 조사관 역시 귀에 이어셋을 낀 채로 이블린 가족을 쫓아오게 되는데, 현실의 우주에서 이어셋을 양쪽 귀에 끼우면 전파를 통해 다른 우주의 또 다른 자신의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영화의 세계관입니다. 알파 우주에서 온 남편은 무술로 추격자들을 때려눕히고, 그녀에게 현실의 이블린을 죽이라고 명령한 사람이 바로 알파 우주에서 온 조부 투파키라고 알려줍니다. 한편 알파 우주에서 온 알파 조이는 천재 공학자인 알파 이블린 덕분에 초능력이 폭발하여 모든 우주를 넘나드는 신 같은 존재가 됩니다. 그녀는 무심코 베이글 위에 세상의 모든 것을 올려놓고, 복잡한 인간사 전부를 깔끔하게 '무(無)'의 상태로 만드는 방법을 깨닫게 되어 현실의 엄마를 데려가려고 쫓아오게 됩니다. 이블린은 알파 웨이먼드의 말을 듣고 다른 멀티버스에 있는 또 다른 자신들의 힘을 끌어와 알파 조이와 대결하게 됩니다. 다른 멀티버스에서 살고 있는 이블린들은 액션 배우가 된 이블린, 시력을 잃었지만 유명한 가수가 된 이블린, 요리사가 된 이블린 등이 있습니다. 알파 조이에게 붙잡히게 된 그녀는 검은 베이글의 힘을 통해 잠시 동안 아무것도 없는 우주에서 돌이 되어버린 자신과 딸이 '무(無)'의 존재로 살아보기도 합니다. 이 사건 직전에 현실의 이블린은 싸움에서 죽음을 당하게 되지만, 덕분에 여러 개의 인생으로 분기점이 발생하여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에게 태연하게 승낙을 하는 삶도 살아보게 됩니다. 이블린은 알파 우주에서 온 조이 역시 다른 우주에 살고 있는 자신의 또 다른 딸임을 알게 되고, 멀티버스 우주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자신들의 삶을 원래대로 되돌려놓으며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딸의 여자 애인에게 머리를 기르라고 말하며 현실의 딸도 포용하는 여유를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블린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멋지게 마무리하게 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감상후기
이 작품에서는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말처럼 수많은 멀티버스에서 인간이 인생을 살면서 아무리 힘들더라도 '무(無)'의 상태로 살아가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살아있는 순간이 낫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멀티버스 속의 다양한 자신의 인생을 선택해 보지만, 결국은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현실이 정말 의미가 있음을 깨달은 주인공은 천진난만한 남편과 레즈비언 딸까지 품어줄 수 있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속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라고 하면 알파 우주에서 온 딸 조부 투파키인 것 같습니다. 그녀는 경쾌하고 팝적인 아우라를 보여주면서도 전 우주를 날려버릴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닌 매력적인 캐릭터로서 히어로 영화에 최강 빌런으로 나올법한 포스를 보여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