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삶을 살아가다 보면 가끔 이상하게 술 한잔이 생각나는 그런 날이 있습니다. 뭔가 특별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슬픈 일이 있는 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날인데도 말입니다. 좋아하는 사람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술잔을 부딪치며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그런 날이 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술과 관련된 영화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편인데, 이번에 소개해 드릴 영화도 와인이라는 술을 소재로 인생을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저예산 영화 <사이드웨이>를 소개해 드립니다.
줄거리
마일스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지만 결국 이혼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쉽게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의 직업은 영어교사이지만 소설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책을 선뜻 출판해 주겠다는 출판사는 없는 상황이고, 이혼 후 우울증까지 생겨 우울증 약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에게 있어 유일한 즐거움은 바로 와인은 마시는 것인데, 그는 와인을 판별할 수 있는 탁월한 감각과 미각, 특유의 섬세함을 지녔습니다. 그에게는 자신과 성격이 정반대인 잭이라고 하는 친구가 있는데, 잭은 배우가 직업입니다. 전성기 시절에는 꽤나 굵직한 배역을 맡았지만, 나이가 들고 인기가 떨어지니 이젠 세탁세제 광고모델로도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 잭이 다음 주에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잭은 미모와 재력을 갖춘 여자와 결혼을 앞두고 마일스와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로 총각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와이너리를 목적지로 정했지만 마일스와 달리 잭의 관심은 항상 '여자'에 있었습니다. 첫 번째 와이너리인 샌포리 와이너리에서 마일스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마야를 오랜만에 만나게 됩니다. 마야와 마일스는 공통점은 와인의 섬세한 맛을 구별할 수 있는 탁월함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마야는 잘생긴 잭보다는 마일스에게 더 많은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테파니는 잭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마야와도 친분이 있던 스테파니는 이들 세명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게 됩니다. 네 사람은 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쇼비뇽 블랑이라는 와인을 마시며 식사와 더불어 이야기 꽃을 피웁니다. 마야와 마일스는 와인 이야기를 하며 더욱더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고, 마일스는 내면과 외모가 아름다운 마야에게 반하게 됩니다. 그러던 중 마일스가 우연히 마야에게 '잭의 총각파티를 위해 이곳에 왔다.'는 걸 말하는 바람에 스테파니도 이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들의 관계는 샴페인의 거품처럼 갑자기 물거품이 되어 버립니다.
결말
스테파니는 자신을 향한 잭의 마음이 단지 총각 여행을 위한 한 부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가방으로 잭을 마구 때려 코에 엄청난 상처를 입히게 됩니다. 한편, 마일스는 이번에도 기대했던 소설 출간이 또다시 불발된 것을 알고 낙심하게 됩니다. 또한 마야와의 관계도 서먹해지고, 설상가상으로 그의 전 부인이 재혼했다는 소식도 듣게 됩니다.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는 마일스. 잭은 결국 우여곡절 끝에 결혼을 하고 유부남이 됩니다. 잭의 결혼식에서 마일스는 전 부인과 인사를 나누게 되면서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알고 망연자실하게 됩니다. 마일스는 결혼식 피로연에도 참가하지 않고 곧장 집으로 도망치듯 돌아가 무엇인가를 열심히 찾습니다. 그가 급히 집에서 가지고 나온 것은 '1961년 산 샤토 슈발 블랑 와인'인데, 그가 정말 특별한 순간에 마시겠다고 다짐했던 와인이었습니다. 그런 와인을 최고의 순간이 아닌 이런 최악의 순간에 허름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콜라컵으로 마시게 되었던 것입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어느 날, 마일스는 자동응답기에 녹음된 마야의 메시지를 듣게 됩니다. 마일스에게서 받았던 그의 소설을 다 읽었는데, 너무나 좋은 소설이라고 칭찬하며 언젠가 다시 한번 그녀가 있는 곳으로 와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영화는 마일스가 마야의 집을 노크하는 장면을 끝으로 끝이 납니다.
리뷰
영화가 끝나고 저는 과연 마일스와 마야의 사랑이 이루어졌을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마일스는 직진의 삶이 아닌 곁길(Sideways)의 삶을 살았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결혼과 출판에 있어서도 성공하는 직진의 삶이 아닌 둘러가는 쉽지 않은 삶을 살았습니다. 그렇다고 그러한 삶이 반드시 패자의 삶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돌아서 가거나 옆으로 가거나 직전을 해도 삶 자체는 모두 소중하게 의미가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일스 또한 삶을 다소 둘러가기는 했지만 그 덕분에 마야를 다시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또 다른 방식의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와인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와인에 관심을 가지고 한잔 하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 주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